반응형
구정 연휴 마지막 날이다.
오늘도 어김없이 채비를 하고 삼실에 나왔다.
오늘따라 방문 손님들이 여럿 팀이었다.
대부분은 시장 조사 차 주변을 둘러보려고 나왔는데,
대부분의 부동산들이 문을 닫았고, 마침 문을 연
부동산이 나였기에 눈에 띈 것이다.
어떻든 죽을힘을 다해 그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
주려고 애를 썼더니, 그들 모두 전화번호를 남겨
놓으면서 좋은 물건(급매물)이 나오면 연락을
달라고 하며 총총히 사라졌다.
조금 전 상가에 오늘 같은 날 나처럼 문을 연 젊은
내외가 운영하는 김밥 집에서 지나치다 모른 척
하기가 겸연쩍어 유부김밥 한 줄을 사 왔다.
새해엔 돈 많이 벌라며 덕담도 잊지 않고
해주며 말이다.
친절하고 싹싹하기 이를 데 없는 새댁 사장은
일요일에 나 혼자 삼실에 있을 때 가끔씩 맛난
과일도 깎아 몇 조각 나눠 주기도 한다.
정리라야 할 것까지는 아니라도 슬슬 마무리를
하고 집에 가야겠다.
모든 상점들이 캄캄한데 나만 혼자 뻘쭘하게
있는 것도 아주 조금은 무섭다.
노곤한 다리를 끌고 4층 계단을 오를 생각에
벌써부터 기가 죽는 기분인데, 아니 일 년이
다가오는데 하루를 빠지지 않고 늘 같은 기분이
드니 참 더럽기도 슬프기도 하다.
그래 내년 3월엔 꼭 탈출하자.
죽기 살기로 염원하면 바라는 대로 된다면서?
구하고 두드리면 열린다면서?
염원하고 구하고 두드리자 될 때까지.
반응형